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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⑰ 참나무

입력 : 2016-09-21 15:26:00
수정 : 0000-00-00 00:00:00

⑰ 참나무(Oak tree)

참나무, 숲을 풍요롭게 만들다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었던 더위가 어느 틈에 물러가고 이제 계절은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은 풍요의 계절입니다. 이번엔 숲을 풍요롭게 만들고 인간생활에서 땔감이나 목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참나무 종류, 그 중에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는 다양합니다.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를 비롯하여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그리고 남쪽에서 상록으로 자라는 가시나무도 모두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입니다.

 

 

도토리나무는 여섯 종류

파주에서 만날 수 있는 도토리나무는 크게 여섯 종류입니다. 잎 뒷면에 털이 많아서 떡을 감싸기 좋은 떡갈나무, 짚신 밑창에 깔기 좋게 잎자루가 없는 신갈나무, 잎과 도토리가 작아 졸병인 졸참나무와 가을 참나무인 갈참나무는 잎 뒷면 색이 옅어 바람 부는 날 숲의 색을 바꾸기도 합니다. 밤나무와 비슷하게 잎이 좁고 긴 상수리나무와 굵은 도토리가 열려 이름 붙은 굴참나무도 대표적인 도토리나무입니다.

 

간혹 상수리나무를 ‘임금께서 피난하실 때 수라상에 올라 상수리나무라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이는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상수리나무는 ‘상실’이 열리는 나무를 뜻하는 말로 상실은 굵은 도토리 열매를 말합니다. 실제로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다른 종류의 도토리나무와 비교해서 잎의 형태도 다르고 도토리도 비교적 크고 굵습니다.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교잡을 하지 않아

요즘은 크게 구분 짓지는 않습니다만, 아직 연세가 많은 노인들은 갈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의 열매는 도토리라 부르고,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의 열매는 ‘상수리’라 하여 도토리 가루를 만들 때 두 종류의 열매를 분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옛 사람들은 도토리와 상수리를 다른 열매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갈참, 떡갈, 신갈, 졸참나무는 매우 다양한 교잡종이 생기는 반면에 상수리, 굴참나무는 교잡하지 않습니다. 도토리나무는 무수히 많은 도토리를 만들지만 그 중 실제로 싹을 틔우는 도토리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그래서 많은 양의 열매를 만들어 떨어뜨려 숲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도토리의 어원이 돼지 밤인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도토리를 여기저기 모아두는 다람쥐

그런데 도토리를 먹는 작은 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바로 다람쥐입니다. 상수리나무가 갖는 이름에 대한 오해처럼 이 작은 친구도 많은 오해를 받습니다. 머리가 나쁘다는...가을철에 볼 주머니가 터질 듯 많은 도토리를 모아 여기저기 묻어두는 다람쥐는 머리가 나빠서 그 도토리를 다 캐먹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그럴 리가요. 아직까지 묻어둔 도토리를 찾지 못해서 굶어 죽은 다람쥐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람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저축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찾아 먹을 뿐입니다. 그리고 남겨둔 도토리는 싹을 틔우고 커다란 나무가 되어 숲을 만들겠죠. 그 숲은 자라 다시금 많은 생명을 키우게 될 것입니다.

 

붙임 - 맛의 여부를 떠나서 옛날에는 산의 나무를 땔감으로 많이 이용한 탓에 깊은 산이 아니면 참나무류가 많이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구황작물로 많이 이용했던건 다른 참나무류에 비해 사람 사는 곳 가까이에 사는 상수리나무의 열매였다고 합니다.

 

 

 

식물소개꾼 김 경 훈

자연환경연구소 식물상 조사원

세명대학교 대학원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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